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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향기

keywest 2023. 12. 2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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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향기

 

사람들의 삶에는 나름대로의 냄새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엘리베이터 같은 갇힌 공간에서 느끼게 되는 사람의 냄새는 그 사람의 인격이나 삶의 무게마저도 느끼게 됩니다.  향수로 칠갑을 하여 자신의 냄새를 지워버리거나 그 향기에 의존하여 자신을 감춰버리는 사람도 있고, 찌든 담배 냄새나 술 냄새로 인해 코를 막고 숨을 쉬지 않고 피하고 싶은 냄새도 있습니다.  물론 은은하게 피어나는 꽃과 같은 향기를 머금고 있는 아름다운 자태의 사람들이 있기도 합니다.  때로는 삶에 지쳐서 막 쓰러질 것 같은 고목의 냄새를 풍기는 사람을 만날 때면 그 짐을 나눠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후각으로 느낄 수 있는 냄새뿐만 아니라 자태에서 풍겨 나오는 삶의 굴레로 느껴지는 냄새도 다양합니다.  뭔가 모를 인생의 향기는 그 사람의 삶을 다분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리 오랜 삶을 산 것은 아니지만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하면서 언제나 함께 해도 푸근한 냄새, 겨울날의 따뜻한 화롯가에서 고구마가 익어가는 달콤한 냄새를 풍겨내는 그런 사람의 냄새가 참 그립습니다. 

 

한동안 썩은 생선의 비린내가 자욱한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난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그 사람들이 풍기는 향기가 물속에서 헤엄치는 싱싱한 활어의 역동적인 물 내음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함께 하던 그 물의 빛깔이 바뀌니 그들은 더 이상 물 향기 풋풋한 냄새를 내지 않았습니다.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필자가 큰 사업을 하면서 경제적으로 그들에게 보탬에 되어줄 때는 그들은 언제나 저에게 제가 타고 갈 등을 내어주는 거북이와 같은 형상을 하며 언제나 충직하고 물 내음 풋풋한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필자의 회사가 사그라지자 필자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은 순서대로 등을 돌리며 떠나가는데 그들이 머물던 자리에는 생선이 썩은 듯한 악취가 코를 막아도 계속 흘러나왔습니다.그저 구린 냄새와는 차원이 다른 고약한 냄새가 저의 폐부를 찌르고, 그 냄새로 말미암아 가슴마저 아프고 지렸습니다.  평생을 함께할 것 같았던 친구라고 부르기에 주저함이 없었기에 온 마음을 내어주고 제가 해 줄 수 있는 온갖 혜택을 다 제공하였던 터라 그 냄새를 가슴에서 지우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또 다른 흉측한 냄새도 경험하였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대방의 약하고 힘든 사정을 최대한 악용하여, 제가 경영하던 회사 하나를 매각하면서 마주하게 된 자에게서 나던 쓰레기가 썩는 듯한 냄새는 아마 평생을 잊기 힘들 것입니다.  그 자는 평생을 거짓말과 잔꾀로 살아온 것이 온몸동작 하나에도 묻어 나왔는데, 허울 뒤로 넘겨 보이는 속내가 참으로 구역질이 날 정도였지만 필자가 처한 사정이 딱하여 달리 방도를 찾지 못하고 회사를 매각하였지요.  역시나 그 자는 허울을 벗고 속내를 드러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교언영색하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대방은 죽던 살던 개의치 않던 그 자의 목소리에서 흘러나오는 송장 썩는 냄새는 지옥의 화형 속에서 불타며 영원한 형벌을 받게 될 그 자의 비명소리 같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의 구역질 나는 진물을 핥아먹으며 쓰레기통의 냄새를 내는 그 자 주위의 변호사, 집사의 냄새도 만만치 않았고 그 자의 허언 밀약에 자신의 양심을 팔아버린 노 씨 성을 가진 필자의 옛 직원은 자신의 영혼을 악마에게 팔아버리고 평생 자신의 썩은 냄새를 맡고 살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또 다른 악취를 내던 자는 기억하기도 싫을 만큼 몸서리쳐지는 냄새를 뿜어내었습니다.  평생을 사기로 연명하면서 한 사람의 공든 탑을 무너뜨리고 일가족의 보금자리 마저 깨트리고 대구 굴지의 회사를 흔적도 없이 무너지게 한, 냄새를 부여하기 조차 싫은 그런 자도 있습니다.  아직도 암흑의 뒷골목 한 구석에서 전혀 의미 없는 생을 연명해 가는 그는 쓰레기나 송장의 썩는 냄새마저 사치스럽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구태여 기억을 지워버리고 싶지만 그들이 받을 지옥의 고통을 연상하니 그들의 살이 유황불 화염에 지져지며 타는 냄새가 제 코를 막아버리게 합니다.  과연 그런 인생을 살고 싶은 것일까요?  자신은 그런 냄새가 느껴지지 않는 것일까요?  아마도 지옥이 존재하지 않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과 거짓으로라도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자위하며 악을 악으로 느끼지 못하는 불감증 내지는 허언증에 사로 잡혀 있는 가치를 찾기 힘든 삶이 이유겠지요.

 

그렇다면 인생의 향기를 물씬 풍기는 삶은 어떤 삶일까요?  제가 만난 분들 중에는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런 분들도 많이 있었답니다.  저는 확연히 차이가 두드러지는 2막의 삶을 통해 변함없는 우정으로 함께 아파해주고 함께 걱정해 주는 동반자와 같은 친구들, 선후배들이 있답니다.  오히려 이들은 제게서 많은 것을 얻지도 못했고 그저 묵묵히 제 곁을 지키면서 마음으로 응원하고 언제나 저의 필요에 손 내밀어 줄 줄 아는 심성을 지녔습니다.  그들에게는 화려한 향기는 아니더라도 고향의 흙내음 같은 진하고 푸근한 향기가 납니다.  인간 본연의 향기가 이런 것이라 저는 믿고 싶습니다.  늘 화사한 꽃 향기를 내 품지는 못하더라도 그저 함께 하면 푸근하고 털썩 주저앉았다가 거침없이 길을 가더라도 언제나 함께 하는 느낌을 주는 냄새가 좋습니다.  때로는 청량감을 주는 시원한 향기를 가진 사람도 있습니다.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한 번씩의 만남이나 연락을 통해 머릿속의 복잡한 심경을 털어 버릴 수 있는 시원한 바람이 전해주는 향기 같은 그런 분도 계십니다.  아기들의 때 묻지 않는 젖 냄새,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풋풋한 냄새, 다소 삶에 찌들어 등이라도 안아서 토닥거려 주고 싶은 아내의 애잔한 뒷모습에서 느끼는 오랫동안 함께한 사람의 냄새, 어머니의 품에서 풍겨 나는 언제나 내 마음이 쉴 수 있는 그러나 이제는 자녀들에게 진액을 다 내어주고 연약해져 뼈대만 남았으나 사무치게 짙은 사람의 향기는 우리의 삶이 만들어 가야 할 인생의 이정표를 느끼게 합니다.  모진 세월을 이겨내고 마을 어귀를 말없이 지켜주는 상수리나무의 갈라진 흑회색 수피 사이로 풍겨 나는 진한 코르크의 향기는 왠지 아버지를 떠올리게 합니다.  교회에서 만나게 되는 참 성도들이나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고자 고군분투하며 언제나 반듯하게 생활하시고 성도들을 사랑의 손길로 인도하시는 목사님들의 모습에서 예수님의 향기를 느끼기도 합니다.  이런저런 구수하고 친밀한 냄새들은 우리를 기분 좋은 미소가 입가에 가슴에 머물게 합니다.

 

나에게는 어떤 냄새가 날까요?  나의 어떤 냄새가 사람들을 내 곁에 머물 수 있도록 할까요?  아직도 설마 돈의 냄새로 인해 사람이 아닌 바퀴벌레 같은 자들이 곁을 맴돌고 있지는 않겠지요.  그래도 오십 수년을 살면서 지켜내 온 반듯한 길을 가는 모습에서 조금은 애틋하고 조금은 훈훈한 냄새를 맡고 있는 것일까요.  저에게서 은은한 사람의 향기가 나기를 원합니다.  누구든지 기댈 수 있는 사람의 향기가 나기를 원합니다.  아마도 아직 저는 가까이하기에는 약간은 거부감이 드는 향기를 지니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 내려놓고 제가 따르는 예수님의 향기가 저에게도 조금이라도 묻어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값싼 펄퓸(perfume)의 향기가 아니라 살짝 찍어 바른 고급 향수가 맥박이 뛸 때마다 은은한 향기를 전하듯 저의 삶도 그런 향기를 지니며 살고 싶습니다.  오늘도 꽃 향기 그윽한 와인을 마주하는 것과 같은 사람들과 함께 하며 한 모금 머금어 입안 가득 향기가 배어 나와 대화를 할 때마다 꽃 향기가 가득한 그런 만남이 있기를 바랍니다.  제가 전하는 복음이 듣는 자에게 화사한 꽃밭을 연상하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이런 저런 냄새들을 다 품을 수 있는, 그리고 그리스도의 향기로 다 덮을 수 있는 그런 사람 냄새가 나는 삶이 되기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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